<p></p><br /><br />인천에는 일제 강점기 전범기업 미쓰비시가 만든 조선인 노동자 합숙소가 남아 있습니다. <br> <br>노동력을 수탈당한 아픔이 서린 건물인데 이 곳을 보존할지 철거할지 논란입니다. <br> <br>김진이간다, 김진 기자가 다녀왔습니다.<br><br>[리포트]<br><김진> <br>저는 인천 부평구의 도심 한가운데에 나와 있습니다. <br>제 주변에는 굉장히 오래전에 지은 것으로 보이는 낡은 집들이 모여 있습니다. 대부분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이라고 합니다. 그런데, 이 집들을 철거하는 문제를 두고 수년째 갈등이 벌어지고 있습니다. 남다른 사연을 지녔다는 이 집들의 정체는 무엇인지, 갈등을 해결할 방법은 없는 건지 제가 직접 알아보겠습니다. <br> <br>인천 부평의 주택가 한복판. 비좁은 골목 사이에 낡고 허름한 주택이 줄지어 있습니다. <br> <br>부서진 외벽, 지붕이 내려앉은 집들은 당장이라도 무너질 듯 위태로워 보입니다. <br> <br>[동네주민] <br>일본인들이 미쓰비시 제강 (제작소를) 들여오면서 바로 거기를 지었거든요 상당히 오래된 거예요 <br> <br>일제강점기, 항만과 철도를 갖춘 인천은 군수공장 부지로 최적이었습니다. <br> <br>1942년, 대표적인 전범 기업. 미쓰비시 제강의 인천 제작소가 부평에 들어섰습니다. <br> <br>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일본군의 군수품을 제작하는 공장. 전국에서 모인 조선인 노동자들이 이곳에 살았습니다. <br> <br>지금 도심 속 폐허가 바로, 이 때 지어진 조선인 노동자 합숙소입니다. <br> <br>내부는 어떤 모습일까. <br> <br>목재로 만든 일본식 천장 구조물이 눈에 띕니다. <br> <br><김진> <br>특이한 건 천장이 뻥 뚫려있는 건데요. 저 집부터 저기까지 한 열 채 정도의 집 천장이 통으로 이어져 있는 것 같습니다 <br> <br>지붕 하나를 두고 열 개의 집이 줄지어있어 '줄사택'이라고 불립니다. <br> <br><김진> <br>(벽은) 나무와 흙으로만 채워져 있는데 흙 안에도 지푸라기가 섞여 있습니다 <br> <br>해방 이후, 일반 주민들이 거주하며 내부 구조가 조금씩 변형되기도 했습니다. <br> <br>그런데, 줄사택 일부를 철거하는 과정에서 뜻밖의 물건이 발견되었습니다. <br> <br><공사현장 관계자> <br>공사하던 중에 일부 나온 물건이죠. 철모랑 그리고 저기 붙박이장 쪽에서 (발견된) 엽서죠 <br> <br>빛바랜 엽서에는, 서툰 일본어로 '요즘 비가 많이 내리고 있다’는 안부를 전하는 내용이 남아있습니다. <br> <br>1950년대에 줄사택에 살았던 주민이 옛 기억을 더듬어봅니다. <br> <br><김재선 (줄사택 옛 거주자)> <br>이게 유일하게 (옛 모습이) 많이 남아있는 화장실이에요 <br> <br>무려 열 가구가 함께 사용한 하나뿐인 공동화장실입니다. <br> <br><김재선 (줄사택 옛 거주자)> <br>아침 일찍 일어나야 해요. 화장실을 먼저 차지하기 위해서 (화장실 사용하는) 사람들이 나와야 해. 그래서 줄 서서 기다리는 거지 뭐 <br> <br>아픈 역사가 남은 이곳에 일본 관광객들이 찾아오기도 합니다. <br> <br><오카모토 기로아키 / 일본인 관광객> <br>(조선인 노동자들이) 이런 곳에서 잘 견뎌냈구나 순수하게 역사적인 건물로서 일부분이라도 보존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<br> <br>당초 23개 동이 있었지만 대부분 철거됐고 그 자리에 행정복지센터 청사와 주민공동이용시설이 들어서고 있습니다. <br> <br>남은 6개 동 중 4개 동은 내년에 공영 주차장이 됩니다. <br> <br><부평구청 관계자> <br>(줄사택) 두 개 동은 현재 남아있어요 그런데 어떤 사업을 할 것인지 결정이 안 된 상태에요 <br> <br>남은 2개동을 놓고 논란이 벌어지는 상황. <br> <br>주민들 일부는 줄사택이 보기 흉하다며 철거하자는 입장입니다. <br> <br><주민> <br>여기 지나갈 때마다 좀 무서워요 오싹해요 <br><br><주민2> <br>다 쓰러져 가는 집을 무슨 보존을 해요 <br><br><주민3> <br>보존 값어치가 뭐가 있냐고요 저게 <br><br><주민4> <br>주변 집값들도 올라가지도 않고 <br> <br>아픈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 보존하자는 의견도 있습니다. <br> <br><정혜경 / 일제강제동원 평화연구회> <br>작은 것이라도 현장성을 남기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<br>아무 흔적이 없으면 이후에 이곳이 어떤 장소였는지 후대들은 역사의 교훈도 얻을 수 없게 되는 거죠 <br> <br>아예 없애버리는 게 좋을지, 아니면 남겨 놓는 게 좋을지는 결정되지 않았습니다. <br> <br>그러나 무려 70여 년 전에 지어진 일제 강점기 상처가 아직까지 대도시 한가운데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. <br> <br> 김진이 간다, 김진입니다.